A Portrait of Kevin Park

준호는 그날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Pick up 하면서 얼굴을 보니, 준호는 오늘 자기가 사진 모델이 된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나온 표정. 그런데 그날, 준호는 내 사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촬영하느라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저녁식사를 하며 준호가 물었다.
“너도 네 동생, 주영이랑 가끔 싸우니?”
“그럼! 얼마 전에도 한 판 했지.”

우린 서로 자신의 동생 흉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나이의 남자들이 무슨 유치한 대화냐 싶기도 했지만, 뭐 어떤가.
가까운 친구 사이엔 대화의 주제가 중요하지 않다.

준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이자,
지금도 미국 까지 와서 한동네에 사는 친구다.
그러니 특별한 인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8개월이나 흘렀다.
서로 바쁘게 살다 보면 그렇다.
전화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엔 꼭 그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금도 곁에 있다는 것이, 가까이에 친구가 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먼 미국땅에 살며 지척에 친구가 있다는 것.
그건 어쩌면 우리가 잊고 지내는,
생각보다 큰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준호는 법이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에게 잘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참 편안하게 해주는,
마술 같은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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