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껍질이 얇아졌다

생각해 보니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신은 바닷게 같아요.” 그녀는 내게 말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살이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 있어요. 그런데 지금 그 껍질에 작은 구멍이 났어요. 그래서 너무 아프신 겁니다.”

한참 뒤에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난데없이 튀어나온 ‘게’ 비유에 터질 듯한 웃음을 꾹 참아 눌렀다. 당시 여러 차례 내 심리 상담을 해주셨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 그날은 지루한 상담끝에 배가 고프셨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나는 40대 초반. 한창 전문가적 냉철한 이미지를 내기 위해 (그게 좋은 줄 알고) 각 잡고 힘을 주고 다니던 시절이었으니. 겉으론 강한 척해도, 속은 한참 연약하다는 걸 또래의 의사인 그녀는 금세 간파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알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주 여린 영혼을, 금세 깨질 것 같은 얇은 껍질이 겨우 감싸고 있는 존재. 그래서 나는 항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원래 천성이 단순한 나로선 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오래된 버릇이 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 결국 시간이 결정할 일이다.

그때 왜 의사와 상담을 했었던가? 분명 나의 어딘가가 고장났을 테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고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더 많다는 것. 그저 고장난 것들도 품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그렇고 요즘 들어 내 ‘게 껍질’이 훨씬 얇아진 느낌이다.

쯧쯧쯧…
‘구멍’ 뚫리지 않게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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