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결국 현실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변하는 매체일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진은 언어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말이라고 모두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예술이 되지 않는 것처럼, 사진 또한 그 자체로 완성된 예술 형태는 아직 아니다. 그래서 사진은 미술과 문학 사이에서 존재하게 된다. 미술과는 평면적 예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간성에서 차이가 있으며, 문학과는 인간의 삶을 담는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지만 형태적으로 다르다.
여기까지는 어떤 이에게는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말들은 일단 제쳐두고, 나에게 사진은 “내가 그 순간에 느낀 감정을 담고자 노력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것은 매우 개인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감상하는 사람은 작가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의 가치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나는 그때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재료를 선택하고 다루듯이, 나는 한 작품 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요리’料理라는 단어의 어원이 (어울리는 재료를) ‘헤아려 다스린다’는 뜻이니 내겐 온세상이 내 주방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