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英夏.
꽃부리 영(英) -꽃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여름 하(夏), 내 본래 이름이다. 우리 항렬의 돌림자는 ‘하(夏)’ 자다. 가수 유재하가 나와 같은 항렬로, 사촌형뻘 되는 셈이다. 시원하고 낭만적인 그의 이름만큼이나 내 이름의 결도 마음에 든다. 마침 그해 여름 가장 뜨거웠던 날 태어난 내게, ‘찬란한 여름의 열정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밝히라’는 바람을 담아 지어주신 이름이다.
얼마 전에 동생 주영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했다. 내 본래 이름이 ‘유영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영이가 물었다.
“이름 좋네, 있어 보이는데? 근데 어쩌다가 용수가 됐어?”
아버지의 설명은 이랬다. 할머니께서 어디서 “이름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오셨는데 바꿔야 한다고 하셨단다.
여기서 “어디”라는 건 ‘점집’을 뜻한다. 즉 할머니가 어느 (용하다는) 점집엘 갔더니 점쟁이가 “이름이 나쁘니 아이가 불행해진다. 이름을 바꿔야 산다.”라고 겁을 준 것이다. 당시 엄마, 아버지 역시 부모님 말씀 잘듣는 20대의 젊은 아기 엄마 아빠였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난 졸지에 ‘영하’에서 ‘용수’가 됐다.
혹세무민. 그런데 그들의 작명 방식은 더 우습다. 한자의 획수를 세어서 길흉을 따지는데 아무런 과학적, 통계적 근거도 없다. 1900년대에 일본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 (용하다는) 점쟁이는 얼마의 돈을 벌기 위해서 내 이름을 바꿔놓았을까? 기막힌 일이다. 웃음인지 한숨인지 결정하지 못한 소리가 날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갓 태어났을 땐 꽤 귀엽지 않았을까. 첫 아이였으니 어른들은 또 얼마나 반갑고 기쁘셨을까. 귀한 아이의 행운을 위해 좋다는 건 뭐든지 하셨을 게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그랬듯이.
주영이는 “유영하… 그래, 영하가 훨씬 더 있어 보여! 오빠, 진짜 안타깝네. 하하하”
그래도 난 “용수”라는 이름이 좋다. 평생 내 이름을 들을 때마다 할머니와 부모님의 간절한 사랑을 상기시켜 주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