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그런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 한번 떠오르면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내겐 Raul’s Taco Shack의 Fish Taco나 삿포로 맥주 생각이 그렇다. 그리고 이번엔, “커다란 film camera로 찍고 싶다”는 생각이 그랬다.
“앞으로는 굳이 멋진 풍경이나 예쁜 사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멋짐’과 ‘예쁨’을 쫓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생각보다 큰 해방이다.
지난 일요일 새벽 네 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겐 거의 10년 만에 내리는 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비가 오지 않는다, LA엔. 아직 어두울 때 커다란 camera와 흑백 film을 챙겨 집을 나섰다. 6시쯤 Santa Monica beach를 지날 때쯤엔 비가 제법 거세게 몰아쳤다. 비가 와서 반가운 마음만으로 나선 것뿐이라 딱히 목적지는 없었다. 정처 없이 계속 갈 수도 없고, 차를 멈추자니 빗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Malibu 해안에 차를 세웠다. 한참 동안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었다.
날은 점차 밝아졌고 비도 잦아들었다. 마침내 주위가 조용해졌다. 잠에서 깬 듯 차 바깥으로 나왔다. California 사막엔 mint 풀이 많다. 특히 비 온 날이나 이슬이 내린 날엔 민트 향기가 바람에 가득 퍼진다. 내 바지 자락이 민트잎을 스치며 비비면 그 향기가 폭발하듯 터진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향기가 터지며 피어오른다. 마치 내가 다른 세상의 하늘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때, 아직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앞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파도 소리!
“나마저도 예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는 예쁜 사진들이 넘쳐난다. 어디에나 있다. 너무 많다. 공해다. 그런데 나까지 ‘예쁜 사진 공해’에 한몫 거들 필요가 있을까?
“The mundane.”
쉽지 않다. 예쁜 석양을 찍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쉽지 않아서. The mundane에 더 끌린다.




2 Comments
비오는날 차안에서 비소리듣는거만으로도
감성충만해지는데..
캘리포니아의 드믄 비오는 아침이라니..
바다 사진이 왼지 동해바다와 닮아보여요
뭐든 한껏 멋부린거보다
힘빼고 일상적인것들이 사실
더 어럽다는걸 나이들어 느끼네요
저 민초파라 민트좋아하는데
실제 민트풀이라니 부럽네요ㅋㅋ
이렇게 마음 담아 읽어주고 느낀 걸 나눠줘서 정말 고맙다.
글 쓰는 사람에겐 이런 한마디가 참 큰 힘이 되네 😊
맞아, 힘을 뺀 일상적인 순간들이 오히려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것 같아.
비 오는 아침도, 바다도 그런 느낌이고.